나을지도 에디터
2026-03-09 · 6분
수술 당일 아침에 퇴원 결정한 이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여느날과 같은 하루였다. 너무 평범하란치 못해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는 하루에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초대하지 않은 불행이 내게 불쑥 찾아왔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
평소에도 수많은 "억까"에 당해왔지만 확실히 이번만은 달랐다. 의사선생님은 내게 수술을 권유했다.
"전거비인대완전 파열입니다. 단 한줄도 붙어있지 않네요. 운동 좋아하시면 빨리 수술하시는게 나아요... 대체 뭐하다가… 수술 안하시면 불안정성이 올수있어요"
"수술"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수술이라… 평생 목발이라고는 친구의 목발을 가지고 장난칠때 말고는 만져본적도 없는 나였다. 근데 "전거비인대"는 또 뭐야?
조금 고민해본다고 대답하고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 아파서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었다.
운동하다가 불구가 될뻔한적이 몇번째인가, "운동하기에 적합한 몸"이란 운동능력뿐만이 아니라 잘 다치지 않는 것이 바로 재능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소위 말하는 '유리몸'인 나는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내가 했어야할 운동은 크로스핏, 축구, 체조 같은게 아닌 필라테스,요가였던가. 오백만 가지 불행한 생각이 어린아이처럼 내 머릿속을 어질러놓았다. 개중 가장 금쪽이는 다시는 운동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나의 마음이었다.
나는 운동 없이는 못사는 아이였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덕에 태권도장에 몇시간동안 뛰어다니며 어린시절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운동을 좋아했으며, 그 힘들다는 박사과정을 하면서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지도교수님 이름 세글자를 유서에 쓰고 이미 죽어서 어디 바다에 뿌려졌을지도 몰랐다. 나는 운동을 놓을 수 없기에 당연히 수술해야겠다 생각했다. 수술을 하기로 결심하고는, 휠체어에 몸을 이끌리며 이런저런 수술전 검사를 진행하고는 입원하게 되었다.
불꺼진 병상에서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수술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수술이 아프진 않을까? 평생 발목 못쓰면 어떡하지… 따위의 고민들에게서 회피하기위해 인스타그램을 켰다. 그리고 수술하고 잘돌아오겠다는 내용의 스토리를 올렸다. 어쩌다보니 2000만 조회수의 운동 인플루언서가 되어버린 내 계정에 잔뜩 알림이 울렸다. 친구, 크로스핏동료, 운동좋아하는 언니, 심지어는 내가 평소에 동경하던 운동선수에게까지도 메세지가 왔다. 하나같이 수술을 만류하는 내용이었다. 수술을 만류하지 않더라도, 최소 병원 한군데는 더 가보고 결정하라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발목을 이렇게 심하게 접지른적이 처음이어서 많이 당황하고 급하게 결정했었던것같다. 사실 검색해도 공개된 정보가 너무 적을뿐만 아니라, 이젠 광고인지 AI인지 사람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 글들에 둘러쌓여 분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술 당일 오전, 나는 수술을 받지 않고 퇴원을 결심했다.
다음 글: 병원 바닥에 버려진 100만원 — 퇴원 후 비수술 재활을 위해 전문의를 찾아 헤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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